아이의 넘치는 에너지, 조절이 될까?

1. 고전적 놀이이론

   놀이에 관한 최초의 가설은 진화론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졌다. 주로 실러스펜서, 라자루스, 홀, 그루스 등의 학자들에 의하여 정립된 고전적 놀이이론은 ‘놀이는 왜 필요한다?’ 를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엘리스는 고전적 이론이 실험적 연구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관념적-사색적으로 놀이를 조망했다는 점에서 ‘안락의자이론’이라고도 불렀다. 고전적 놀이이론은 에너지 조절 수단으로서의 관점과 본능과 연관된 관점으로 대별된다. 이들은 다시 하위 구분되는데, 에너지 조절 수단의 관점으로는 잉여 에너지 이론과 레크리에이션 이론이 있으며, 본능의 관점으로는 반복이론과 연습이론이 있다.

 

1) 에어지 조절 수단으로서의 관점

     (1) 잉여 에너지 이론

           잉여 에너지 이론은 각 생명체는 생존에 필요한 일정량의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놀이가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말하자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했는데도 불고하고 에너지가 남아 있다면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다 소모하여야 일정량의 에너지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소모방식이 놀이이며 따라서 놀이는 무의미한 행동이라고 보았다. 예를 들어, 사람이 생존에 필요한 일정량의 에너지가 100이라고 가정할 때, 유목적적 행동인 일에 전념한 에너지가 80정도였다면, 나머지 20의 에너지를 생업과는 무관한 놀이로 방출하여야만 항상 100에 에너지를 보유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같은 관점은 18세기 독일의 시인이며 철학자인 실러가 “놀이란 풍부한 에너지의 표현이며, 모든 에술의 근원”이라고 주장한 데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스펜서가 놀이를 생리학적으로 고찰하여 “올이는 잉여 에너지의 발산”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립되었다. 그는 하등동물에 비하여 고등동물이 생존 유지를 위한 에너지 소모량이 적은 관계로 놀이를 많이 한다고 하였으며, 이는 아이들이 어른에 비하여 놀이를 더 많이 하는 이유도 된다고 보았다.

    (2) 레크리에이션 이론 :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놀이로 풀단          

레크리에이션 이론은 잉여 에너지 이론과 상반된 관점에서, 놀이란 일에 소비된 에너지를 재충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 이론은 독일의 시인 라자루스가 제기하였는데, 그는 생존에 필요한 일정량의 에너지 중 생업인 일에 사용된 에너지는 결국 결핍 현상을 일으키므로, 잠을 자는 등의 일과는 다른 성격의 활동을 함으로써 에너지를 재생산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이때 놀이는 일의 반대 성격을 지니므로 잃어버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데 매우 이상적이라고 보았다.

 

2) 본능과 연관된 관점
 

    (1) 반복이론

           반복이론은 처음에 미국의 심리학자이며 교육학자인 홀에 의해 제기되었다. 반복이란, 개체발생이 계통발생을 그대로 따른다는 개념이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놀이 또한 우리 조상들의 생활방식 자취를 따라가는 것이며,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인류의 발달과정과 같은 단계로 발달해 간다고 보는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놀이의 목적이 현대 생활에 불필요한 원시적 본능들을 제거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아이들의 놀이 발달을 보면, 영아기 때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감각적인 활동을 하다가 점차 놀잇감을 사용하여 놀고, 친구들과 함께 놀기를 좋아하다가 유아기에서 아동기에 이르기까지규칙 있는 게임, 문제해결 활동 등 사회적-인지적 놀이활동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원시 사회에서 구-신석기 사회, 부족 등 국가사회, 현대의 다원화된 사회 등 생활문화 방식이 발전해 온 인류의 변천과정을 반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유아는 성장하면서 놀이를 통해 원시적인 감각운동적 수준의 활동을 줄이고 현대 생활에 필요한 좀 더 세련된 활동들을 준비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야구놀이를 하면서 5세 아이는 더 이상 야구 방망이로 아무 거나 때리는 본능적 행동을 하지 않으며, 경기 규칙을 준수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복이론에 충실하다 보면, 인위적으로 연령에 맞는 놀이행동을 규정하고 그 이전 단게에서 하던 행동을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어른은 청소년기 아이들이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독 생각하며, “그것은 아이들이나 갖고 노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2) 연습이론

              연습이론은 놀이가 미래에 성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본능들을 강화해 준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 이론은 철학자 그루스가 주장한 것으로, 갓 태어난 아이나 동물은 생존에 필요한 본능들을 불완전하고 미숙한 형태로 갖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불완전한 본능들을 실질적인 기술로 완성기키기 위한 방법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놀이의 목적은 성인 생활에 요구되는 기술들을 연습하고 정교하게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연습이론을 설명해 주는 한 예로, 고양기가 털실뭉치를 이리저리 굴리며 노는 놀이를 들 수 있다. 이 놀이를 통해 고양이는 쥐를 잡을 수 있는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 유아들에게서도 연습이론의 예시를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사회극놀이를 하면서 부모의 역할들을 해 본다든가, 청소기로 청소하는 행동을 하고, 여러 가지 병원 도구를 활용하는 의사 역할을 하는 것 등이다.

이상 네 가지 고전이론은 놀이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취약점과 한게를 갖고 있다. 실제로 잉여 에너지 이론은 아이들이 놀이를 많이 하여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놀이에 열중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 그런가 하면 레크리에이션 이론은 ‘일을 많이 한 어른일수록 아이들보다 더 많이 놀 것이다’라는 엉뚱한 가설을 만들게 한다. 반복이론 역시 현대 공학을 반영하는 우주선, 자동차와 같은 놀잇감들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 그러나 고전이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놀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첫째, 고전이론이 19세기 실증주의 철학이 지배하던 시기의 어른들이놀이에 대햇 어떻게 생각했는가를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에를 들어, 당시 어른들은 잉여 에너지 이론에 입각하여 놀이가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인 행동이라고 보았는가 하면, 연습이론에 근거했던 어른들은 놀이가 생존의 활력소라고 주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고전이론의 주장이 현대의 일부 어른들에게 매력적으로 들린다는 점이 예를 들어, 학업성취 지향적인 어른들은 공부나 일에 비중을 두고 아이들에게 “숙제하고 놀아라”고 채근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고전이론들이 일과 놀이를 구분한 것과 우사하다고 하였다.
셋째, 현대 놀이이론들이 결국은 고전이론에 뿌리를 두고 주장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홀의 반복이론은 놀이의 발전단계를 설명함으로써 유아놀이를 체계적으로 관찰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이는이파제의 놀이이론과도 일맥상통하였다.